[덕암칼럼] 한반도 위기 현대판 화약고
[덕암칼럼] 한반도 위기 현대판 화약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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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또 쐈다. 지난 1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신형 IRBM으로 추정되는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2023년 12월 18일에 이어 27일 만이다.

일본 방위성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했고 이번에는 북한도 남한을 대한민국이 주적이라는 점을 단정한다고 통보했다.

이어 남쪽을 초토화한다는 말과 동시에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졌다. 그동안 남과 북은 국지전 형태의 크고 작은 충돌이 수시로 발생했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이 대리전 양상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미사일을 공급하는 등 국제적인 군사작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고 대한민국 또한 우크라이나에 각종 물자 공급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제 정세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지난 13일 당선된 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친미 반중 후보인 라이칭더가 당선됐다. 당연히 중국에서는 당장 말은 안 해도 심기가 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국제사회의 흐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데 대한민국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전쟁사를 돌이켜볼 때 베트남의 공산화는 내부적인 동요나 부패가 심각해 패전한 것이나 진배없다. 미국이 아무리 도와주려 해도 원조받은 무기마저 팔아먹는 정치인들의 이기심이 패망을 불러왔다.

공산화된 베트남은 통일된 이후 남베트남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고 이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수는 지금도 정확히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전쟁은 일부 정치인들의 오판으로 발생하지만 정작 피난길의 극한 어려움이나 생지옥 같은 어려움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최근 북한의 정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한민족 개념을 지우고 대신 남한 영토를 평정해 무력 통일을 이뤄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 범민족련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한다고 발표했고 우리민족끼리·통일의 메아리·조선은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대남 국영 라디오 평양방송도 중단됐고 홈페이지 접속도 끊겼다. 대남 기구 정리 작업과 맞물려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이제부터 그나마 알던 적의 소식이 문을 닫은 셈이다.

적을 알 방법이 없는데 이런 징조를 보고 어찌 전운이 감돈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반부의 전 영토를 강력한 군사행동에 보조를 맞추어 대사변 준비를 예견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놓고 선전포고를 한 셈인데 정작 주적으로 지목된 대한민국은 전혀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미국 땅인 하와이를 공격한다고 엄포만 놓아도 사재기 했던 현지와는 달리 휴전선 이남에서는 전쟁에 대해 무감각하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남한 전역과 사실상 일본과 괌의 전부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50~60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미 그동안의 시험발사로 주변 국가들이 핵무기 대상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모든 전쟁은 사전에 징후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거란족과 고려전쟁도 고려가 빌미를 제공했으며 이후 벌어진 임진왜란, 병자호란, 심지어 1950년 발생한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사전 징후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고려와 조선은 설마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방심했고 그 피해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온 바 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관심을 보인 바 있고 러시아 푸틴도 이에 대해 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 단추를 김정은 책상위에 두었다고 큰 소리치는 이면에는 미국이 핵무기 방어망의 첨단 기술이 불편했지만 러시아가 극초음 기술을 전수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을 등에 업고 일본에게 끼어들지 말라고 헛기침한 다음 미국이 나설 경우 미 본토 공격을 감행하겠다면 누가 한반도 전쟁을 말리거나 도울 수 있을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처럼 땅덩어리가 넓은 것도 아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처럼 내전도 아닌 전쟁이 발생한다면 좁은 국토에 오갈 데 없는 한국 국민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물론 선진 국가들은 국민들 대피하는 소개령도 내리고 나름 일본에서도 자국 국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겠지만 막상 일이 터지고 나면 전쟁의 피해자는 모두가 된다. 전쟁 발발 시 국민들이 대피하는 지정 방공호에는 전기·수도 등 아무런 시설조차 없이 상가 지하도 포함되는 대피소를 지정해 두었다.

화학전이라도 발생하면 일단 급한 호흡이라도 해야 할 방독면은 행정복지센터 창고에 날짜 지난 것만 수두룩하고 그나마 멀쩡한 것보다 구멍난 것까지 수량만 채워둔 채 대피 물품으로 장부에 적혀있다.

물론 쓸만한 것도 있겠지만 국민 인원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필자가 취재하면서 알게 된 국내 방독면 사정은 거론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열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군사적 축소로 휴전선의 군부대가 대량 이동하고 병사들은 인권 운운하며 군기가 해이해 아침 구보도 하기 싫다며 민원을 넣는 일도 있었다.

군부대 이동은 야영하는 텐트가 아니다. 한번 이동하면 전체적인 군사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통령은 선제 공격 운운하고 있다. 군대도 안 가보고 유격훈련 한번 안 받아본 대통령이 비 오는 서울 거리에서 소풍하듯 행진하고 있는 국군의 날 행사를 보며 심각한 우려가 앞선다.

지금이라도 방독면 실물 통계를 파악해 보고 부족하면 채워야 한다. 방공호에도 기본적인 대피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확인해야 한다. 사재기를 부추기는 게 아니라 적어도 한반도 전쟁은 지금 일어나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으리만치 전운이 감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