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얌체가 성공하는 사회
[덕암칼럼] 얌체가 성공하는 사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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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국어사전에서 ‘얌체’를 찾아보면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만 해서 얄미운 사람을 의미한다고 적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중심의 견해와 판단, 그리고 마음과 행동이 병행된다. 사전적 의미로만 치자면 이 세상에 얌체 아닌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을 정하는 것이고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죄에 따른 법의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정가가 어수선하다 못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형국이다. 한 나라의 법을 정하는 국회. 국회를 구성하는 움직이는 입법기관 국회의원.

4월 10일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사분오열하고 있다. 불과 석 달 남은 투표를 앞두고 창당 절차가 진행되는가 하면 기존 정당에서 파생된 정당과 처음부터 신당 창당의 문을 여는 등 당의 전성시대다.

아무리 정치가 살아있는 생물이라지만 최근 진행되는 서울 여의도 바람은 겨울 추위보다 더욱 한파가 강하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자신의 출셋길을 터준 정당이 이번에는 자신을 버렸다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당리당략은 자기에게 유리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니 중앙당의 방침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분위기다. 윗물이 이러니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은 자신만의 배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고 이를 국민이 고스란히 흉내 내는 것이다.

만약 법의 엄정함이 추상같다면, 죄에 대한 벌이 가중된다면 그래도 얌체짓을 할 수 있을까. 지난 2023년, LH사건으로 얼마나 난리 부르스를 추었던가. 순살 아파트를 다 철거할 것처럼 난리가 났었지만 그 아파트 지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침묵 속에 잘 버티고 있다.

말해봐야 집값만 떨어지니 결국에 누가 손해볼까. 뿐만 아니라 일본 오염수 배출에 대해 펄펄 끓던 여론도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국민들이 누가 어떤지 살펴보기도 전에 후보자들의 부지런한 거취 이전은 정당의 정당성과 구분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늘은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으로 국민들이 어떤 얌체짓을 보고 배우는지 돌아보자. 본래 원칙의 제정 동기나 범위는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변하는 환경에 적절하게 개정하는 것인데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일탈의 행위 등이 얌체짓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보이스피싱, 교통사고 조작, 실업급여 불법 수령 등 단순한 도덕적 문제가 아니나 현행 법률 위반으로 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문제는 걸리면 재수 없는 것이고 안 걸리면 재정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인데 얌체 입장에서는 짭짤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얌체들이 잇속을 챙기는 동안 정작 수혜를 받아야 할 또다른 누군가가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법을 더욱 강하고 엄하게 책정해야 할 필요성은 차고도 넘친다. 본래 질서란 목마른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은 물 컵을 들고 약수터 앞에 줄을 서는 것과 같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자신의 순서가 올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특정인 한 명이 새치기를 하면 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하고 이 때부터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참고 기다렸던 사람조차 새치기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바보처럼 기다리던 자신이 손해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목을 앞으로 쭉 내밀면 너도 나도 새치기에 나서고 한번 무너진 신뢰의 줄은 삽시간에 무너진다.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가 그러하다. 노력해서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기보다 정치인들이 남발한 공약의 틈새에 놀고먹거나 수당으로 버티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멀쩡한 청년들이 일하기 싫어하도록 만들어 놓고 실업자가 증가한다고 우려를 표한다.

표를 구걸하기 위해 안 해도 될 약속을 한 정치인과 그런 말에 회유돼 표를 주는 유권자 둘 다 공범이다. 앞뒤가 안 맞는 논리다. 남자는 종족 번식의 본능이 있는데 일부 폭력적이거나 변태 같은 남자를 견본으로 전체 남자의 열정이나 구애의 노력까지 모두 데이트 폭력, 동의없는 성폭행이니 하며 기를 죽여 놓으니 저출산의 출발부터 발목이 잡혀있는 것이다.

그냥 가만히 두면 나름 잉태의 성스러움과 출산후 자녀에 대한 육아를 기쁨과 귀함으로 알고 자연스러운 인구증가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여성우대와 양성평등이라는 말로 안 해도 될 생색들을 내가며 물이 거꾸로 흐를 수도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니 누가 산통을 감내하며 출산에 나설 것인가.

남의 돈을 거짓말로 회유해 가로채는 보이스피싱도 성공률이 높으니 재범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교통사고 조작으로 보험금을 타 먹는 얌체들도 현행 자동차 보험 지급에 대한 허점이 있으니 유사한 짓을 반복한다.

특히 실업급여 불법 수령은 정부가 아무리 꼼꼼하게 정책을 마련해도 안 뚫리는 방패가 없는 창이라 하더라도 못막는 방패가 없으니 이 또한 야금야금 쥐새끼처럼 구멍을 파서 배를 채우는 얌체족이 성공을 반복한다.

당초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새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하라고 호구지책으로 마련한 제도인 실업급여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부정수급 사례가 해마다 늘면서 지난해에만 2만 3천여 건이 적발됐고 그 금액만도 268억 원이 넘는다.

걸린 것만 이 정도면 안 걸린 통계도 만만찮을 것이다. 만약 적발되면 수급절차를 부당하게 악용한 얌체족과 그러한 행위에 동의한 사업주를 동시에 처벌한다면 그래도 이런 결과가 나올까.

법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면 당초 목적했던 선의의 수혜자들까지 그 피해를 입고 결국에는 인상된 4대 보험료를 내는 사업자들과 근로자들의 갹출된 손해가 피해를 메우게 된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이런 범죄에 대한 추징금은 챙긴 돈의 최대 5배에 달하고 사기 혐의까지 적용되면 형사 처벌 형량도 무겁다.

이래도 근절되지 않는 건 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범죄 내역에 따라 태형까지 부활시켜 곤장을 내리치는 벌이 병행되어야 한다. 실업급여가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가 됐다. 얌체족을 솎아내지 않으면 충치처럼 멀쩡한 치아까지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