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처음
[동심의창] 처음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4.02.02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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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박태현

올 들어 처음
눈 내린 아침

누구보다 먼저
학교로 간다

아무도 밟지 않은
솜이불 같은 운동장

내가 제일 먼저
발자국

쿵!

하얀 달 위에
처음 새긴 자동차 바퀴 자국

발발
  발발
발발
  발발

나는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다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박태현(朴台鉉)은 1973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춘천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다.

2018년 <아동문예>에서 「고양이 이름표」 등으로 작품상을 받고 문단에 나왔다. 서양화 작가로도 활동하고, 동화책 삽화 작업도 하고 있다.

쓰고 그린 동시집 「내 몸에 들어온 딸꾹새」가 있고, 그린 동화책으로 「상자 속의 비밀」, 「걱정 없는 약」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새로운 해의 시작은 항상 겨울이다. 겨울에 하늘에서 솜사탕 같은 눈이 내린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신비하고 설렘을 주는 마법 같은 일이다.

더구나 밤새 내린 눈이 온 마을을 새하얗게 덮고 있는 아침 풍경을 보았을 때의 생경함과 설레임은 어린이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에 내가 발자국을 찍어 흔적을 남기는 것은 이 때에만 가능하다. 학교 운동장이야말로 하얀 도화지 같아서 발자국 그림을 맘껏 그릴 수 있으므로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운동장에 발자국으로 자동차 바퀴 흔적을 남기고 내 이름을 쓰거나 하트를 그린다. 이렇게 처음 흔적을 남기는 것은 인류가 처음 달에 가서 발자국을 찍었을 때의 감격이랄까?

설날이 다가온다. ‘설날’하면 언어적 연상작용 때문인지 왠지 눈오는 풍경이 떠오른다. 올해는 윤극영이 <설날>을 작사작곡하여 <어린이>지에 발표한지 10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첫경험, 첫다짐, 새해를 시작하는 겨울, 처음 발자국을 찍는 마음으로 멋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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