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징조와 조짐의 차이점
[덕암칼럼] 징조와 조짐의 차이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2.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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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국어사전에 ‘징조’란 어떤 일이 생기기 이전에 그 일에 대해서 미리 보이는 여러 가지 조짐을 뜻한다. 여기서 ‘조짐’이란 나중 일이 벌어지는 양상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그 이전 단계의 움직임이나 변화를 뜻한다.

얼핏 보면 유사한 것 같지만 전자는 화산이 폭발하기 전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용암의 활동을 나타내는 것이고 후자는 먼바다에서 지진 발생후 예상되는 해일을 의미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필자가 오늘 이렇듯 애매한 단어를 전제하는 것은 최근 북한의 동향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2일 오전 11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1월 30일에 이어 3일만이다. 이젠 대한민국 국민들조차 미사일 발사에 익숙할 만큼 별반 관심이 없는 실정이니 으르렁거림도 한두 번이지 그러려니 한다.

앞서 1월 24일에도 평양 인근에서 서해상으로 신형 전략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여러 발 발사했고 28일에는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불화살-3-31’형 2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에서는 반복되는 시험 발사의 배경에 대해 정밀타격을 위한 연습을 통해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전략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지상 이동식 발사대, 잠수함, 함정, 전투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험 발사함으로써 한미의 방어 능력을 제한하는 각종 시나리오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떤 의도이든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지난 동족상잔의 원인에 대한 반성의 여지가 없는 행각이다. 이를 두고 제3국과 주변국가는 어떤 견해로 볼까. 향후 북한이 핵무기 등 사용을 통한 국제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각국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겁박을 실행으로 옮긴다면 과연 북한도 멀쩡할까. 마치 실탄이 든 총으로 위협할 때 신중한 전략이 세워지는 것이지 막상 빈총이 되면 한낱 고철에 불과하다.

어느 한쪽의 자멸이 아니라 공멸이다. 남과 북 둘 다 끝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갈루치 교수가 언론을 통해 밝힌 기고의 일부를 밝히자면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경수로와 관계 정상화를 약속한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원인을 두 가지로 일축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직 철들지 않은 아이가 수류탄을 만지작거리는 위험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핵무기 감축으로 부국 경제를 약속받았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는 만큼 북한이 애지중지 만든 핵무기를 지금 와서 감축하거나 비핵화 하라고 하면 그 말을 받아들일 명분이 없다. 따라서 미국 대선 이후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과 북한의 대치상황은 판도를 달리하게 된다.

그랜트 샙스 영국 국방장관도 5년 내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과 관련된 분쟁 현장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영국은 국방비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4조원을 지출할 예정이며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 GDP의 2.5%까지 늘릴 방침이다.

돈으로 국민들을 행복하게 사는데 편성해야 함에도 이같이 국방비로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서서히 냉전 시대가 종식되고 군비감축의 여지가 줄어들고 남북의 대치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는 사실상 전쟁의 조짐을 나타내는 일종의 사전징후다.

임진왜란과 6·25전쟁 또한 사전에 국지전이 전면전의 징조로 나타난 바 있다. 사실상 미사일은 군사무기이며 누가 봐도 제대로 맞추는지 연습하는 과정이다. 마치 활에 화살을 재어 과녁에 정확히 맞추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누가 독자들의 목에 칼을 겨누거나 찌르는 연습을 한다면 당장에 상처가 난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기분 나쁘고 공포심을 갖게 될까. 찔러서 피가 흘러야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반대로 대한민국에서 북한 영공을 향해 사흘이 멀다고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북한의 반응은 어떠할까. 아마 온갖 흉악한 단어로 가리지 않고 괴뢰도당들이니 미쳐 날뛴다느니 난리가 날 것이다.

남과 북은 이제 어떤 경우라도 동족상잔의 비극이 없어야 한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 같은 말과 글과 미풍양속은 물론 역사까지 하나였으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현대판 화약고가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적국으로 제대로 못 박은 일과 러시아에 들락거리며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 일은 현 시국이 심상찮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나타내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전쟁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지금도 여러 나라가 내란 또는 상대국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전쟁은 지금 당장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조짐을 보인다.

문제는 누가 도와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처럼 미국이 주축이 되어 연합군이 와줄까. 그럴 것 같았으면 현재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 대리전이나 마찬가지인 양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남의 전쟁에 끼어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요즘 국제사회의 분위기이고 현실이다. 현대전은 과거처럼 총 쏘고 수류탄 던지다가 백병전으로 종결되는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 꽂는 미사일들이 승부를 짓는 무기싸움이다.

굳이 피난길에 오르지 않아도 피난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어떤 경우라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