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낙하산 공천 누굴 탓할까
[덕암칼럼] 낙하산 공천 누굴 탓할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2.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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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선거할 때만 되면 낙하산 공천 논란이 단골 메뉴로 손꼽힌다. 일명 ‘낙하산’이란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 특정 지역구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지역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거물급 인사들이 후보로 나서는 것을 뜻한다.

이런 방식의 출마에 대해 지역 정치인들은 당연히 발끈하며 반발한다. 이른바 텃세를 부리며 평소 방치했던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가 남이 아니라며 어느 날 갑자기 애향심을 표출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먼저 낙하산이란 공수부대가 목표지점에 낙하하기 전에 해당 지역이 어느 정도 허술하거나 빈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적군이 득실대는 한복판이라면 어떤 바보가 패배가 확실한 선거에 나설까.

논리적으로 낙하산이 도착하는 곳은 선거전략 상 어느 정도 승산이 있는 곳이란 뜻이다. 그만큼 만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낙하산이 성공하는 예는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적 계산속에 유권자들도 알 만큼 아는 현상이다.

가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사례가 그러하고, 경기도 안산시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이 3선 의원 출신이었던 박순자 전 국회의원을 제치고 당선된 예가 그러하다.

이 밖에도 많은 낙하산 공천의 성공 사례가 있지만 평소 지역주민들에게 탄탄한 신뢰를 얻었다면 낙하산 할아버지라도 먹힐 리 없다. 간혹 무소속 당선자들을 보면서 제아무리 정당 공천이 중요하다 하지만 후보 당사자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민심을 다졌다면 아무 걱정할 리 없을 테니 말이다.

최근 경기도 안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장성민 전 대통령 미래 전략기획관을 두고 지역 정가가 초비상이 걸렸다. 장 전 기획관은 출마 선언문에서 안산은 수도권 험지 중의 극험지라며 서해안 경제발전 시대를 준비하고 시화호 레이크 밸리를 최첨단 산업단지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여기서 극험지와 험지의 차이점은 후보자 스스로가 쉬운 곳이 아님을 알면서 도전한다는 뜻이다. 매우 험한 지역이며 당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기존의 김남국 의원의 예를 들어본다면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안산의 경우 천정배 전 의원은 내리 6선을 연임하며 법무부 장관까지 지냈지만 해당 지역구인 원곡동은 외국인 범죄로 전국적 유명세를 떨쳤으며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안산에서 3선 의원으로 과학기술부 장관까지 지낸 바 있다.

뿐인가. 현 전해철 의원 또한 내리 3선을 연임하며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지냈으며 서울 양천갑 지역구 2선 의원인 황희 의원도 안산시에서 여러 차례 선거에 도전했다가 문화체육부 장관까지 역임한 바 있다.

이쯤 되면 경기도 안산은 정치의 등용문이라고 할 만큼 관운이 넘치는 곳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수십 년 전부터 반월·시화공단의 고도화, 신안산선 유치 등 국물이 멀겋도록 우려먹던 공약뿐이다.

실제로 인근 시흥시의 인구가 50만 명으로 급증하고 화성시는 100만을 돌파할 때 안산시는 2010년 75만 명에서 2023년 65만 명으로 10만 명이나 타 도시로 등을 돌렸다. 정치란 지역이 살만한 곳이 되어 경제인구가 증가하도록 행정적 뒷받침이 되어주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

지금껏 그 많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고도 개인의 명예는 살렸을지언정 지역사회에 공헌하거나 신뢰를 얻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필자는 특정인에 대한 폄하나 비난할 의사는 없다.

다만 지역 주민들이 이삿짐을 꾸릴 때는 마음이 떠난 것이고 반대로 행복하다면 주거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가라고 떠밀어도 지역을 지키며 정주의식을 갖고 애향심을 키워나갈 것이다.

결론은 누가 누굴 탓할 이유 없고 모든 것은 사필귀정이라 했다. 낙하산을 탓하기 전에 평소 지역구 관리를 얼마나 마음을 다했는지 눈앞에서 굽신거리며 미소를 지어도 실제로 민심은 등을 돌린 것은 아닌지 고려해 볼 일이다.

이런 낙하산 공천의 일장일단은 비단 안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동소이하다. 이제 총선 2달도 안 남았다. 필자는 누가 당선되든 무관하지만 적어도 후보 시절 뱉은 말만큼은 지키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특권 내려놓기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지. 윤리적 위반행위에 대한 세비 반납. 지키지도 못할 화려한 공약. 이런 유치하고 무책임한 선거 구호나 약속들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이자 정치적 철학이나 소신조차 없는 정당의 거수기에 불과하다.

물론 공천을 준 정당이니 당연히 동의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벌어진 의결 과정을 지켜보면 각자의 판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로지 당리당략에 의한 다수당의 횡포가 비일비재했으며 말로는 민생을 외쳐도 정작 민생은 뒷전이었다.

물론 다 그런 건은 아니지만 회기말 기한이 다 되도록 산적한 법안처리들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애를 태웠던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은 그러한 후보를 선택한 국민들의 자가당착이다.

누가 누굴 탓하랴. 유권자들이 선택한 정치인들을 탓할 이유 없는 것처럼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중앙당의 전략 공천 또한 평소 지역구 관리를 못 했거나 선거철이 되어 안 하던 짓(?)을 하는 후보들의 자화상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누가 정치를 하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5선이면 어떻고 6선이면 어떠냐. 국민들은 그저 삼시세끼 걱정 없이 밥 먹고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는 집만 있어도 행복하다.

그 쉬운 일을 참으로 어렵게 푸는 것의 원인이 정치라면 그 정치, 민간기업에 외주를 주고 비용은 세금으로 하거나 모든 것을 법대로 푸는 AI에 맡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