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달 중 가장 짧다는 2월은 설 명절까지 빼고 나면 경영주들 입장에서 볼 때 상여금까지 지급해야 하니 가장 곤혹스러운 달이다.
어쨌거나 지나갔다. 과일값이 폭등하면 누군가는 매점매석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길 것이고 오르는 물가에 비례해 서민들의 허리띠는 한 칸 더 졸라매야 한다. 2월에 29일이 있는 해는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통상 윤년이라고 한다. 태양력에서 1년의 길이가 365일보다 길기에 하루를 더 집어넣어 해를 거듭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사람이 1년을 365일로 정했지만 실제로 태양이 한 바퀴 돌려면 365.2422일이 걸린다.
이를 365일로 맞추면 해마다 0.2422일이 남게 되므로 이를 4번 곱하면 부족한 하루가 채워지기 때문에 윤년이 생겨났다. 만약 이 0.2422를 방치해 계속 누적시키면 결국에는 전체적인 일자가 틀어져 1년 계산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서양의 로마에서는 4년마다 하루를 더 추가하는 방법으로 달력의 계산을 맞추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일상생활에서 이를 굳이 알아야할 일은 없지만 적어도 천체의 흐름이나 우주 만물의 경이로운 주기는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2024년 새해를 알린 제야의 타종 소리가 엊그제 같은데 2월이 지나고 3월을 맞이한다. 삼일절이 국경일이고 이어 토요일과 일요일이 더해지니 3월도 시작부터 연휴가 기다린다. 거리에는 꽃샘추위가 여전히 심술을 부리는데도 제주에서 시작한 꽃망울은 눈치 없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제 3월은 전국적으로 개화 시기가 되면서 상춘객들의 발길이 더없이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거리는 활기를 찾을 것이며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자신만이 대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불과 40일 남은 선거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최고 입법기관의 구성원을 선출하는 만큼 여느 해보다 중요한 날들이다. 오늘 필자는 내일로 다가온 삼일절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약 10년 전부터 해마다 이날을 기념하는 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축제라기보다 기념식이었는데 약 5시간 동안 150명 정도의 출연진들이 함께 공연을 하며 재능기부로 애국심을 발휘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주었고 살벌한 추위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주었다.
1910년 3월 1일이라고 지금보다 덜 추웠을까. 아마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옷이나 제대로 챙겨 입었을까. 요즘처럼 패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백의민족이라 해서 흰색 무명 바지저고리가 전부였을 것이고 잘 해야 한복 밖에 두루마기 정도나 걸쳤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서 온갖 서러움과 착복, 억압, 강탈, 겁탈이 병행되었을 것이며 강제노역과 위안부 모집에 혈안이 됐던 시대였다. 필자는 감히 권한다. 이번 연휴에는 다른 관광지 말고 천안 독립기념관이라도 가보면 어떨까.
통상의 사람들은 이런 권유가 촌스럽다거나 청승맞다고 한다. 애국이 청승이면 매국은 자랑일까. 왜 이런 권유를 하는가에 대해 논하자면 천안에 독립기념관이 있다는 것은 인터넷만 검색하면 내부구조와 볼거리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백견이 불여일각(百見而 不如一覺)이라 했다. 백번 온라인으로 보는 것보다 한번 직접 찾아가 듣고 보고 만져보고 걸어보는 기회를 얻는다면 사람의 마음은 달라진다. 특히 자녀들과의 동행이라면 더없이 가치가 높다.
두 번 세 번 아니라도 한 번만 다녀오면 왜 독립기념관을 웅장한 규모로 지었는지 코스별로 정해놓은 기념관의 이모저모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된다. 당연히 국가의 주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이를 유지, 발전, 계승시키기 위해 나보다 나라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것이며 내가 있어야 사회와 국가가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빨간 글씨가 연휴의 상징이지만 같은 휴일이라도 자녀들이 부모에게 본받을 점까지 생긴다면 일거삼득이 아닐까. 여느 해처럼 또 벚꽃이 만발하였다가 꽃비가 되어 흩날리고 하천변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형형색색 수놓을 텐데 그렇게 새봄이 오면 좀더 달라진 나라가 될까.
이제 3월이면 절기상 개구리도 입을 연다는 경칩. 봄이 온다는 춘분이 기다리고 있다. 겨우내 입고 있었던 방한복도 장롱으로 들어가고 화사한 봄옷으로 단장한 봄 처녀들의 나들이가 봄기운을 물씬 풍기게 된다.
계절이 봄이면 사람의 마음에도 봄이 와야 한다. 서로 혼자만 잘살겠다고 아우성칠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이웃도 돌아보고 함께 사는 사회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작은 실천이 모여 큰 강물이 되듯 나눔의 세상이 되어야 봄이다.
영화처럼 서울의 봄이 오듯 대한민국 전역에 훈훈한 인정의 바람이 불어 살맛 나는 세상. 대립보다 양보가 해결의 원칙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3월만큼은 좋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달이 되어야 하고 그런 선택의 결단에는 신중히 살펴보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가능하다.
어려울까. 아니다. 이미 모든 예비후보들은 선관위 등록이 끝난 시점이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접속해 시도별 지역구별 후보를 확인해 살펴보는 수고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 했다.
평소 코빼기도 안 보이던 후보가 전철역 앞에서 연신 조아리며 허리를 굽히는 것은 당선되었을 때 그만큼 대우를 즐기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그러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한 것처럼 온갖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도 우선 배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당의 공천심사위원보다 유권자를 더 두려워하는 후보들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