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선거에 밀린 민생은 어디로
[덕암칼럼] 선거에 밀린 민생은 어디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3.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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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총선을 3주 앞두고 정치인들의 행보와 총선전략에 언론과 각 후보 진영의 합창 소리가 요란하다. 선거도 중요하지만 민생보다 더할까. 선거 열풍은 한국뿐만 아니라 올해는 전세계가 선거의 해이다.

어떤 일이든 동전의 양면과 같아 한쪽 면이 부각되면 반대쪽은 감춰지기 마련이다. 피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것이 선거다. 민주주의의 축제라 불리며 사회적 지도자를 뽑는 멋진 행사인 만큼 당선을 향한 수단과 방법이 갈수록 치열하다.

일단 후보들은 무대 위에 올려진 배우들이고 유권자들은 박수를 칠지 야유를 보낼지 관객으로서 보고 느낀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혹시라도 비난을 받을까 온갖 노력을 다하는 배우들의 열띤 연기를 보면서 과연 저런 열정이 당선이라는 고개만 넘으면 4년 동안 달라지니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이 실감 난다.

거대 정당은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라며 공천 과정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했지만 컷오프된 후보들 입장에서는 이를 인정하기보다 제3당으로 이탈하거나 무소속 또는 항변으로 자신의 가치를 주장했다.

최근에는 여당의 모 후보가 수십 년 전 SNS에 올린 글로 탈락했고 야당에서도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공천 철회를 요청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제 서서히 중앙당 중심보다는 유권자들 눈치를 보는 시대가 됐다.

한마디로 한국 정치가 유권자 눈치를 봐야 하는 정도로 밑천이 드러난 것이고 과거처럼 4선·5선을 할 수 있는 황금기가 지났다는 의미다. 여차하다간 민심을 잃어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다수당의 유리한 고지 탈환이 어렵고 4년 동안 각종 입법, 개정안에 대한 힘을 잃는다는 소리다.

그럼 오늘은 정치와 행정의 차이점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정치란 유권자들이 다수결에 의해 뽑은 민주적 방식의 결정체다. 제 아무리 잘나고 돈과 힘이 있어도 당선이라는 결론을 얻지 못하면 한낱 시민에 불과하고 낙선한 후보는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한다.

물론 당선되어도 연임하지 못하면 지나가는 개도 쳐다보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당선 이후 4년 동안 유권자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이를 간과했다가 다음 선거가 임박해서야 잘해 보겠다고 한 표를 동냥한다는 점이다.

이와는 별개로 행정이란 어렵게 공부해 정해진 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그렇게 시작한 공직 생활은 임기가 4년이 아니라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정년퇴직할 때까지 보장된다. 하루아침에 당선되어 대통령, 도지사, 시장, 군수, 국회, 시·도의원이 되면 제일 늦게 입사한 선출직 공직자가 제일 높은 위치에서 인사권과 결재권을 갖게 되니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국회의원과 장관직의 겸직 관례다. 이미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이러한 폐단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것은 내 사람을 심어놔야 국정운영에 원활함이 생기는 것이고 당사자는 임기 후에도 평생 연금을 타 먹어 가며 가문의 영광으로 남기 때문이다.

마치 시의원이 시청 국장을 겸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피감기관과 겸직하면서 무슨 인사청문회를 하고 자료를 요청할 수 있을까. 설령 했다 하더라도 국정감사에서 같은 국회의원끼리 누가 누굴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러한 구태가 정작 해당 분야에 쓸만한 인재들의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야당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필자는 어느 정당의 편도 아니지만 적어도 총선을 앞둔 국민들의 공정한 선택에 오류를 가져온다면 이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

3주 남은 선거 시점에서 전국을 다니며 민심을 읽는다는 명분으로 온갖 예산 지원을 논한다면 과연 오비이락이라는 오해의 소지를 벗어날 수 있을까. 설령 대통령의 판단이 선거와 무관하게 국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게 시점이 있는 것이다.

그간 민생토론회는 1월 4일 경기도 용인시를 시작으로 경기도 8회, 영남 4회, 서울 3회, 충청 2회, 인천 1회가 열렸다. 하나같이 국회 의석은 많은데 국민의힘이 열세이거나 고전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의심을 사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 14일 전남 무안군 전라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이란 주제로 열린 20회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영암에서 광주까지 47㎞ 구간에 약 2조 6천억원을 투입해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은 초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아우토반이라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초고속도로 개념부터 이달 중 발주할 연구용역 뒤에야 정립할 예정이고 안전성 문제에 대한 연구가 정해지기도 전에 대통령이 먼저 발표한 셈이다.

어떤 일이든 해당 분야에서 가능성과 효율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할 부분까지 미리 대통령이 온갖 생색을 내고 지역별 장밋빛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런 일들이 한두 가지도 아니다.

전국 광역철도망시대나 철도·도로 지하화,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 등 3대 교통혁신 전략에 대해서도 총사업비 134조원이나 투입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예산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했다.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도 100만 명에서 150만 명까지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교육부는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 단위의 재원마련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보란 듯이 야당 대표는 청년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대통령이 큰소리 치고 해당 부서에서는 우물쭈물하는 모양새다. 교장선생님이 담임에게 의논도 없이 학생들에게 큰소리치며 인기를 얻는 격이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하늘이 두 쪽 나도 약속을 지키겠다며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가 2026년에 본격적으로 운영 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오게 된다며 이미 착공된 사업조차 홍보에 활용됐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공무원이 직무 또는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을 위반한 혐의로 윤 대통령을 경찰에 고발했다.

행정부의 수반이 정치에 개입하는 모양새다. 설령 물증도 없이 명분을 갖췄다 하더라고 국민들의 판단까지 확보할 수는 없는 것이며 자칫 선심성 행정에 대한 반발심이 오히려 표를 깎아 먹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며 당장의 민생과 허기진 배는 어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