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손님 더 놓친다”
“불경기에 손님 더 놓친다”
  • 정영석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3.01.13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시 음식점 금연정책 시행에 업주들 볼멘소리

직장인 강모(52)씨는 요즘 술자리의 재미가 하나 줄었다. 술에는 담배를 곁들여야 한다는 신조의 소유자인데, 음식점 금연정책 시행으로 흡연이 가능한 업소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씨는 “날도 추운데 중간중간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야 하니 술자리에 집중이 잘 안 되고 낭만도 떨어진다"며 “간판에 흡연 가능 여부를 표시하게 하는 정책이라도 있어야지, 요즘은 회식장소 찾기도 쉽지 않다"고 투덜댔다.
정부가 넓이 150㎡ 이상 일반·휴게음식점·제과점에서 흡연실을 제외한 모든 영업장을 금연구역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 초기와 비교하면 조금은 자리를 잡은 듯하지만, 업주와 손님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광주시 경안동 한 고깃집. 음식과 술을 주문하고 “재떨이를 달라"고 하자 업주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입구 바로 앞쪽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쪽에 앉으시면 담배를 피우셔도 된다. 개인용 재떨이는 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구 쪽은 식당 안쪽과는 공간이 분리된 채 비닐로 바깥을 막아 놓은 정도여서 한겨울 냉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업주는 “담배 피우는 손님도 잡아야겠고 그렇다고 과태료를 물 수는 없고,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담배를 피울 업소를 찾지 못한 이른바 ‘골초'들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도로변 등의 포장마차를 찾아 들어가기까지 한다.
정모(32)씨는 “따뜻한 곳에서 담배 없이 술을 마시느니 좀 추워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포장마차를 이용하는 쪽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단속과 계도를 맡은 일선 보건소 직원들은 ‘불경기에 손님 다 놓친다'는 업주들의 항의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면 업주들이 욕설까지 써 가며 항의하는 일이 아직도 많다"며 “단속 대상이 아닌 이웃 업소로 손님이 옮겨 가버린다며 ‘차라리 모든 업소를 금연구역으로 하라'고 따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일선 보건소의 담당 직원이 고작 한두명 정도여서 적극적인 계도나 단속은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대상 업소가 수백여곳이나 되는데 담당 직원은 한 명밖에 없어 과태료를 물리기 시작하면 일손이 크게 달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흡연자들 가운데서도 정책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회사원 강모(33)씨는 “개인적으로 흡연자이긴 하지만 자녀가 있어서 이전에는 가족과 외식을 할 때 금연구역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며 “금연구역을 제대로 갖춘 식당이 몇 안 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광주 정영석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