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부정(不淨) 청소하는 대안책
걸레부정(不淨) 청소하는 대안책
  • 박호양 논설위원 kmaeil@
  • 승인 2007.07.10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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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대를 전후하여 동냥아치가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면서 구걸를 하고 다니던 일들이 많이 있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했던 빈곤의 시대“
 그 당시에는 전국각처마다 구걸을 하는 거지(乞人) 들이 널려있어 돈이나 음식을 얻어먹고 다니는 동냥치들이 한곳 두곳에 떼를 지어다니며 군집(群集)을 이루기도 했다. 누더지를 걸쳐 입은 옷차림에 머리에는 남바위와 같은 풍뎅이를 둘러쓰고 문전걸식을 하면서 실날같은 목숨을 연명해 온 거지들이다.
 또한 풍각쟁이로 이름이 알려진 이들 동양치들도 장거리(지금의 시장)에서 혹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밥 찌꺼기를 구걸하면서 목숨을 이어 오기도 했다. 꿰메입은 도포(道袍)에  보따리 망태를 등에 업고 목탁을 두드리며 곡식 한줌을 시주해 줄 것을 염불로 대신했던 중들의 발길도 그칠 날이 없었다.
 동냥치들의 군집은 중들의 형편과는 달리 가족도 없고 거처 할 곳도 없어 주로 다리 밑에서나 겨울철에는 양지바른 자리에서 여름철에는 시원한 골짜기의 마땅한 자리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면서 짐승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루하루 이어 가기도 했다.
 중의 구걸수단은 목탁과 염불이 대신했고. 거지들의 동냥수단은  각설이 품바가 한몫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거지 집단에서도 위계질서가 있어 형님. 동생. 막내라고하는 호칭을 불러가며 서로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구걸해온 음식은 왕 형님에게 극진하게 대접하면서 하나의 조직체가 구성되어 다른 지역 거지들의 영역침범을 제지하면서 싸움도 자자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이들 거지들의 싸움을 보는 사람들은 거지들이 서로 보자기 찢는 싸움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필자는 당시 거지들이 살아 온 생활양상을 눈으로 보아 온 경험이 있다. 판단력이 흐린 10세 어린 나이에도 거지들의 뒤를 따라 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그토록 흥미로왔을지도 모른다. 거지들은 주로 부자집만을 골라 활짝열려 있는 대문 앞에서 곡조에도 맞지 않는 “각설이 품바” 노래를 몸짖을 흔들어가며 열심히 열창한다. 먹다 남은 밥 한 숟가락을 얻어먹고 살아 보겠다고 애절하게 호소되고있는 열창이다. 그러나 이 열창은 보람도 없이 열려져있는 대문은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재수 없다는 큰 소리와 함께 쾅 닫치고 만다. 불쌍한 처지에 있는 거지들은 말한다.
 도승지(都承旨)가 불쌍하다. 비록 얻어먹고 다니는 비렁뱅이 거지이것만 인간이하의 천대와 취급을 받고있는데 화풀이로 하는 말이라고 하겠다. 거지들은 닫혀있는 대문을 뒤로하고 다음은 밖에서 보기에도 그다지 잘 사는 형편으로 보이지 않는 허름한 집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왜 서성거리고 있을까? 거지에게도 눈치가 있고 체면이 있으며 양심이 있기에 서성거리고 있다는 점을 후일에야 느낄 수가 있었다.
 잠시후 무엇인가 담겨진 그릇을 들고 나온  노파가 다른 곳에서 못 얻었구먼 하면서 거지가 들고있는 빈깡통에 무엇인가를 담아 주기도 한다. 이 집 저 집에서 얻지를 못하고 먹을 것이 없으면 의례히 이 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단골 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거지들은 무전취식(無錢取食)하고 있다. 그러나 거지들에게도 한가지 장점이 있다.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으나 도둑질만큼은 하지 않는데 있다. 그리고 거짓말도 없고 남을 속이려는 심보도 없다. 사람을 해하거나 죽이는 일도 없으며 오로지 굶주린 배만을 채우는데 집념하고 있는 거지들이었다. 그럼에도 똑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거지신세가 되어 처량하게 인생의 밑박닥에서 살아온 거지들이 되고 말았는가? 거지보다 형편이 좋고 그럴듯하며 멀쩡하게 생긴 놈들이 오늘 이 시대에는 거짓말도 무성하고 있다.
 남을 등처먹는 사기꾼들이 득실거리고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사람을 난도(亂刀)질하고 목숨을 빼앗는 일들이 예사로와 지고 있다. 지금 거지가 없는 사회처럼 거지보다 못한 걸레부정(不淨)이 서식하고있는 걸레통(桶)을 말끔하게 청소하는 대안책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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