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매일=김도윤기자]지난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1.4조 원 증가하며 두 달째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증가 폭은 이전 달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45조 원으로, 2월 대비 1조 4000억 원 늘었다. 이는 전월 증가 폭인 3조 20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2조 2000억 원 늘어 909조 9000억 원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주도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9000억 원 감소하며 234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타 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행 박민철 시장총괄팀 차장은 “연초 주택거래 둔화와 신학기 이사 수요 감소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주춤했다”며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2~3월 주택거래가 증가한 효과가 2분기에 가계대출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672조 2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4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이는 2월 증가 폭(4조 200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둔화된 수치다. 은행권은 1조 4000억 원 늘었지만, 제2금융권은 1조 원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주택담보대출은 3조 4000억 원 늘었으나, 전월(4조 9000억 원)보다 증가세가 꺾였다.
기업 대출은 더 큰 변화를 보였다. 3월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324조 3000억 원으로, 2조 1000억 원 줄며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2005년 3월(-1조 2000억 원)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기업 대출은 7000억 원, 중소기업 대출은 1조 4000억 원 줄었다.
박 차장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기업 자금 수요가 위축됐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서 신용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결과”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