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탄생
정나래
나무토막을
장인의 손이
어루만집니다.
나뭇결을
두드리고 쓰다듬고
달랩니다.
나무는
바람과 놀던 기억
새들과 이야기하던 기억
다 내려놓습니다.
노래를 위해
기문비나무라는 이름까지
내려놓습니다.
정나래는 1965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했다. 201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사투리 기 펴는 날』, 『뭐라고 했길래』 등이 있다. 한국동시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노원문학상을 수상했고, 『뭐라고 했길래』가 2022 올해의 좋은동시집에 선정되었다. 시낭송가로 활동하며 시낭송을 지도하고 있다.
정나래의 동시에는 ‘작고, 여리고, 못나고, 그늘지고, 소외된’ 즉, 어두운 곳에 눈길을 두고 이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작품이 많다. 마음에 위로와 희망의 등불을 켜 주는 따사로운 시들이 대부분이다.
이 동시는 한 그루 가문비나무가 베어져 바이올린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한 덩이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서 그릇으로 태어나듯, 나무토막이 장인의 손에서 바이올린으로 탄생하는 숭고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다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얻은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도 희생의 미덕이 낳은 결과이다. 촛불이 자신을 태워야 세상의 어둠을 걷어낼 수 있듯이 누군가의 희생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