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바가지 요금의 악순환, 이제는 더 이상 눈감아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원도 속초의 한 모텔이 평소 6만 원짜리 방을 18만 원에 내놓는가 하면, 제주도의 한 해산물 식당이 평소 3만 원짜리 회정식을 5만 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 폭등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된 사건으로 한 여행 유튜버가 울릉도 여행편을 소개하면서 찾았던 사건들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송출된 것이다. 저녁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에서 절반 이상이 비계인 삼겹살을 받았고 에어컨 고장에도 불구하고 숙소는 사과 조차없는 모습에 누리꾼들은 할말은 잃은 모습이다. 오죽했으면 울릉군수가 나서 사과까지 했을까.
이런 행위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급 원리'라며 옹호하지만 도저히 합리적인 설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수준이다. 결과을 예견하자면 간단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관행이라 일컫지만 결국 국내 관광 산업을 서서히 도태돼 스스로 자멸의 길로 빠질 것이다.
숫자만 봐도 실태는 명확하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휴가철 숙박시설의 56%가 30~50% 요금을 인상했고, 일부는 200% 이상 가격을 올렸다. 이런 가혹한 요금 정책 앞에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지난 2024년 휴가철 해외여행 예약은 전년 대비 34% 급증했고 저렴하면서도 다채롭다 소문난 동남아 여행의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국내에서 1박에 20만 원을 써야 하는데, 베트남 다낭에서는 4성급 호텔을 8만 원에, 태국 푸켓에서는 프라이빗 풀빌라를 10만 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면 누가 국내서 수십만 원 짜리 펜션을 선택하겠는가.
문제는 이런 바가지 문화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번 잃은 신뢰는 되찾기 어렵다. 인간의 고정관념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인데 하물며 가족, 지인들과 좋은 추억으로 도배돼야할 기억이 악몽으로 느껴진다면 결과는 뻔하다. 중이 절을 떠날수도 있는 법이다. 이제는 '돈 없어서 국내여행간다'는 말도 남의 일이 됐다. 오히려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을 가야할 판국이다.
이제라도 업계는 각성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장기적인 손실을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다.
추가적으로 정부 역시 가이드라인 마련이나 모니터링 강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관광업계는 해외 여행의 편리함과 합리적인 가격에 완전히 밀려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바가지 요금이 국민을 해외로 내모는 현실, 이제는 막을 때가 됐다.
다행히 희망적인 것은 일부 지역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위한 자정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상인들이 합세해 고비용·불친절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고 이로 인한 효과가 관광객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소비쿠폰까지 앞세우며 활력을 돋우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업계와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 국내관광산업의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