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싸움
이옥근
상가 뒷골목에 붙은
날카로운 경고장
-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놈은
도대체 어떤 인간이냐?
이튿날 그 아래
삐뚤빼뚤 눌러쓴 답장
- 길냥이에게
밥 주지 말라는 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요?
이옥근은 1958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다롱이의 꿈」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 동시 「무밭에서」 외 5편으로 제4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별밭’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남 여수 안산중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다롱이의 꿈』, 『감자가 뿔났다』, 『고양이 달의 전설』 등과 장편동화 『등대가 된 하멜』이 있다.
골목길을 가다보면 소변금지”,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경고 문구가 눈에 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길고양이들이 골목을 다니며 쓰레기 봉투를 헤쳐 놓기도 한다. 배가 고파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일게다. 이런 일을 겪어 불편한 누군가가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놈은 도대체 어떤 인간이냐?”고 날카로운 경고장을 붙여놓았다.
이를 본 사람은 ‘분’, ‘사람’ 같은 부드러운 표현으로 답장을 붙인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 38장에서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고(유능제강, 柔能制剛),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약지승강,弱之勝强)는 것을 강조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결국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이다. 강하고 세게 느껴지는 어른의 경고보다 부드러운 어린이의 답이 결국 승리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