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정호승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내 신발이 말했다

발아, 미안하다

내 발도 말했다

신발아, 괜찮아?

너도 참 아프지?

 

▲박상재(아동문학사조 발행인)
▲박상재(아동문학사조 발행인)

정호승(鄭浩承)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대구 대륜고,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별들은 따뜻하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와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동시집 『참새』를 냈다. 산문집으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와 우화소설 『산산조각』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구 수성구에 정호승문학관이 있다.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무릎이 깨질 수도 있고, 손바닥에 상처가 나거나 피멍이 생길 수도 있다. 신발은 자신의 잘못인양 발에게 미안하다고 얼른 사과부터 한다. 발도 신발에게 “괜찮냐”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세상을 살면서 갑자기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기도 한다. 남을 탓하거나 책망하기 보다는 서로를 위로해주고 따뜻한 말을 전할 때 세상은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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