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권태경 국장
의정부 권태경 국장

경기북부의 중심 도시 의정부시는 오늘도 분주하다. 장암수목원 조성 문제나 GTX-C 직통노선, 민락 TG우회도로 개설 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사업들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시정의 연속성과 행정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정작 지역정치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순세계잉여금과 지방채 발행을 둘러싼 시 집행부와 일부 시의원의 충돌이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회 일각에서는 "쌓아둔 돈이 있는데도 빚을 낸다", "불법 예비비 편성으로 시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반면, 집행부 측에서는 "특별회계 자금은 용도 제한이 있는 재원", "이미 추경에 반영된 예산까지 왜곡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시의회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당연히 타당한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마주하는 최근의 흐름은 건전한 비판을 넘어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것처럼 보인다. 

지방재정은 흑백 논리가 통하지 않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특히 순세계잉여금이나 지방채를 비롯한 시의 예산들은 대형사업의 마무리나 시점상의 필요에 따라 집행되고 편성되기에 무턱대고 빚을 내는 것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공공성이 중요한 시의 사업이 도중에 멈출 경우 그 손실은 시민들에게 귀착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타난 시의 대응에도 분명 아쉬운 측면은 있다. 불필요한 의혹을 키운 일부 해명 부족과, 예비비 편성 과정에서의 무리한 행정은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시민 혈세를 방치했다', '법을 무시했다'는 식의 표현은 여전히 과장된 것으로 다가온다.

예산은 단순히 있고 없는 측면으로만 볼 수 없다. 집행부의 입장에서 재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 또한 하나의 행정 판단이다.

더욱이 지금은 시정의 큰 그림을 볼 때다. GTX-C 노선 직결 여부는 의정부 미래 먹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락 TG우회도로 개설사업 또한 민락·고산지구 주민의 교통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큰 그림이다. 

이렇듯 다양한 중대한 과제를 앞두고 시정이 소모전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결코 시민에게 득이 되지 않을 뿐더러, 대외적 시의 이미지 손상마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의회와 집행부가 서로를 비난하는 정쟁에 빠질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양쪽 모두 한발씩 물러나 사실과 해석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절실하다. 문제는 지적하되, 해결의 방식은 대화와 협력이어야 한다.

정치적 진실게임에 빠져 논쟁만 계속될 경우 그 피해는 예산이 아니라 행정 신뢰 자체에서 벌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의 확대가 아니라 건설적인 수습이다. 그래야 지금 눈앞에 닥친 더 큰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 시정이 시민을 향할 수 있도록 이제 서로를 향한 화살은 거두고 미래를 조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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