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은 특별하지 않아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의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삶의 다양한 온도를 함께 나눕니다.

 

이승빈 군
이승빈 군

청각장애를 가진 이승빈 군(서울농학교 재학)이 ‘2025 글로벌장애청소년IT챌린지(GITC)’ 본선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이 군은 지난 7월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제21회 서울특별시장애청소년IT챌린지’ eTool(Slides)과 eTool(Sheets) 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이 군은 “작년에도 본선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었다”며 “올해 다시 기회를 얻게 돼 정말 영광이고, 이번에는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실패를 좌절이 아닌 도약의 계기로 삼은 그는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연습하며 실력을 갈고닦아왔다.

그는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집에서는 혼자 연습했 왔다”고 회상하며 “반복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는 데 집중했고, 하나의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한 점이 제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문제는 여러 방법으로 연구하며 풀어보는 방식으로 연습했다”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지만, 그만큼 주도적으로 공부해온 경험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IT는 이 군에게 일상의 일부다. 비록 신체적으로는 불편함이 있지만, IT로 인해 세계와 만남의 지평을 넓혀간다는 그는 “IT 기술 덕분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다”며 “기술은 제 한계를 메워주는 도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회를 넓혀주는 통로”라고 말했다.

이 군은 이번 도전이 개인적 성취를 넘어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제 자신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농학교 김지원 담임교사는 “하고자 하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히 임하고,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가 강한 학생”이라며 “청각장애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진심으로 몰입했고, 그 진심이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승빈이가 교실 안에서 보여준 성실함은 반 친구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며 “결과보다 이 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는 승빈이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전했다.

대회 준비를 지도한 이현민 교사는 “정보 활용 능력은 장애와 무관한 분야이며, 승빈이는 방법을 알려주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독창적으로 해내는 아이”라며 “비록 지난해에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올해는 더 노력하는 태도를 갖게 된 만큼 더욱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무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대회 자체가 성장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평소처럼 침착하게 임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 군의 부모님들은 승빈이가 잘 하는 아이보다는 그로 인해 즐거움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들은 “승빈이가 잘하는 것도 좋지만, 즐기고 끝까지 해보려는 자세가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남들보다 느릴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지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특별시장애인재활협회 관계자는 “이승빈 학생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멋진 청소년”이라며 “그 열정이 앞으로도 자신만의 빛을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군은 마지막으로 또래 친구들을 향해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며 “과정이 빛나야 결과도 빛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묵묵히 자신만의 과정을 채워온 이승빈 군의 이야기는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세상을 향한 용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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