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정부가 편성한 728조원 규모의 2026년 예산안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본예산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올해보다 3배 이상 증액한 10조1000억원을 AI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 이 중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의 AI 도입에, 7조5000억원은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구체적으로는 피지컬 AI 지역거점 조성, 대규모 연구개발(R&D) 실증, AI 인재 1만1000명 양성,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5000장 조기 확보 등이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AI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이고, AI 시대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며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 통상질서의 재편과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한국에 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의 GPU 확보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으로 19.3% 확대 편성됐다. 이 대통령은 "향후 5년간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혜택을 국민께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8.2% 증액된 66조3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대통령은 "재래식 무기체계를 AI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체계로 재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해 자주국방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 정책도 제시했다. 정부는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월 200만원 이상으로 지원하고,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만 8세로 확대한다. 청년미래적금에는 정부가 최대 12%를 매칭 지원하고, 노인일자리는 110만명에서 115만명으로 늘린다. 또한 근로감독관을 2000명 증원해 산업재해 예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지원책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24조원 발행, 인구감소지역 주민 대상 월 15만원 기본소득 지급, 포괄보조 규모 3배 확대한 10조6000억원 투입, 경영안전바우처 지급 등을 추진한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이 지원하고, 재정지원 사업 선정 시 지방우선·지방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I 등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른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게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AI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도 언급하며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국민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의 첫 본예산이자 역대 최대 규모로 국회의 신속한 처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