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와 순위로는 다 담기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필드 위 반복된 루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매일 쌓아가는 태도.
우리는 골프를 ‘잘하는 사람’이 아닌, 골프를 통해 ‘자라는 사람’을 기록하고자 한다. 어떤 이는 이미 주목받고 있고, 어떤 이는 아직 이름이 낯설지만, 모두가 자신의 방식으로 골프를 살아내고 있다.
이 시리즈는 그런 시간과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한 이들의 응답을 따라가 본다.
2025 평택시 KYGA 전국청소년골프대회 중등부 남자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하온(TEAM SRIXON)은 경기 내내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주목받았다. 그는 "승패보다 중요한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며 성적보다 경기 안에서 얻은 배움에 더 큰 의미를 뒀다.
김하온은 경기 초반 1번홀에서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한 뒤 버디를 성공시켰다. 그는 "그 순간 자신감이 생기면서 경기 흐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몇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루틴을 지켜가며 경기를 끝까지 끌고 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하온은 숏게임에 집중했다. 샷의 정확도와 퍼팅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꾸준히 훈련했고,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숏게임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는 "특별한 건 없었지만, 준비한 걸 해냈다"며 결과보다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
평소에도 하온은 자신만의 루틴을 통해 컨디션을 조절한다. 킥복싱과 음악을 통해 긴장을 풀고, 대회 전날에는 스트레칭과 충분한 수면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을 원칙처럼 지킨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는 루틴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자신만의 방식이 담겨 있다.
하온이 골프를 처음 접한 건 6살 무렵. 프로골퍼를 준비하던 누나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퍼터를 쥐여준 건 아버지였다.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던 김형진 씨는 아이 손에 맞게 퍼터를 잘라 쥐어주었고, 그것이 김하온의 첫 골프 클럽이 됐다.
하온이의 아버지 김형진 씨는 "골프보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인성과 멘탈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가 하온이의 실력을 실감하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참가하시합마다 1, 2위를 놓치지 않고 입상하던 아들을 보며 주변에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점차 골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예의 바른 아이로 컸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승부욕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운동선수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솔직한 마음"이라며 웃음지었다. 실제로 하온이는 평소에는 조용하고 예의바르지만, 경기에 들어서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 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선수로 바뀐다.
하온은 초등부 시절부터 미래누리 3기 1위, 박세리배, 충청남도지사배, JGAK 시리즈 등 굵직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과 입상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스코어보다 흔들림 없는 플레이가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페어웨이 안착률, 아이언 샷의 정확도, 그린 주변 어프로치 모두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온이 말하는 골프의 매력은 매 순간 다른 도전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그는 "매번 다른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제 자신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며 "가족들의 응원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그가 지금까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다.
하온의 꿈은 지금도 단단하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고, 더 나아가 PGA에 진출하여 큰 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
매일 같은 루틴, 같은 마음으로 쌓아 올린 경기력. 김하온의 골프는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