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청 전경(사진=이천시)
이천시청 전경(사진=이천시)

거리의 신호등에 노란불을 보면 대부분의 운전자는 빨리 지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노란불은 멈춰야 한다는 신호다.

지금 이천시의 행정은 그 단순한 원칙을 잊은 듯하다. 멈춰야 할 때 속도를 내고, 돌아봐야 할 때 외면한다. 그 결과, 시 곳곳에서 주민과 행정부 간의 마찰이 심화 되고 있다.

,최근 이천시의 각종 도시개발과 허가사업이 대표적이다. 주민 의견 수렴은 형식에 그쳤고, 공사 현장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손팻말이 늘어서 있다. 시는 “절차를 지켰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절차만 있고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다.

멈춰야 할 노란불 앞에서 행정은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았다.

행정의 속도전은 종종 ‘성과’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그 속에 주민의 삶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행정이 재량권만 앞세우면 결국 주민의 신뢰는 멈춘다. 빠른 도로보다 늦더라도 모두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가 더 낫다는 사실을 행정이 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민들 또한 ‘우리 동네만은 안 된다’는 식의 님비(NIMBY) 논리에 갇혀선 안 된다. 지금의 문제는 반대의 방식이 아니라 소통의 부재에 있다.

행정이 주민을 설득의 대상이 아닌 ‘처리해야 할 민원’으로 대하면 갈등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설명이 없는 행정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결국 행정을 멈추게 한다.

이천시는 이제라도 속도를 줄이고 멈춰야 한다. 갈등의 원인을 행정 탓으로만 돌릴 수도, 주민 탓으로만 넘길 수도 없다. 필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의 논쟁이 아니라, ‘함께 가기 위한 대화의 복원’이다.

행정은 설명하고, 주민은 경청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도시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현재, 이천시 곳곳에 켜진 노란불은 단순한 신호가 아니라 경고등이다. 멈춤은 후퇴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사고를 막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지금 이천시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추진력이 아니라 ‘멈출 용기와 화합의 시간’이다.

노란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잠시 서서, 함께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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