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자연에서 토끼를 풀을 먹고 새는 곤충을 먹으며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나 돼지나 개나 모두 사료를 먹는다. 사료에는 각종 항생제나 기타 영양소들이 담겨있다.

특히 닭의 경우 인공으로 조명을 조절하면서까지 달걀 생산량에 치중하다보니 신선도나 성분 면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 이따금씩 특별한 생산방법을 동원한 달걀들이 다소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직접 닭을 키워 매일아침 신선한 날달걀을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른다. 이처럼 먹거리에 대해 구구절절 말이 많은 것은 밥상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기에 하는 소리다.

필자는 새벽이면 닭이 홰를 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밭에 심은 온갖 작물들을 거둬 밥상에 올린다. 자급자족이라서 느낀 점을 논하는 것인데, 그 중 구매를 피할 수 없는 식자재를 구입하다보면 대부분 중국산 등 외국에서 수입한 식자재를 보노라면 우리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의미다.

과거 대한민국도 밀가루에 의존하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원조물품으로 무상공급 되었다가 이후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밥상의 주 식재료가 되었던 수입산 밀가루는 국수, 빵, 과자 등 어디에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이후 수입에 의존하던 밀가루가 우리밀의 탄생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기 까지 참으로 어렵고 힘든 과정이 있었다.

약 50년 전 부친이 일하던 탄광을 찾아 퇴근하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동 목욕탕에서 뜨거운 샤워 물줄기를 참아가며 목욕을 마치고 허름한 식당에서 먹는 자장면은 더 없는 꿀맛이었다. 그렇게 기억되던 자장면을 잊지 못해 성인이 된 이후 창업을 했는데 그 주재료가 우리 밀이었다.

대부분 호주나 미국, 등 외국에서 수입한 밀가루는 방부제를 넣지 않고는 화물선으로 장거리 운송을 할 수 없다. 국내에 들여오더라도 제분과 소분, 유통과정을 거치려면 실제 우리식탁에 오르기까지 안전은 하겠지만 신선도나 우리 몸에 끼치는 영양분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우리 밀의 경우 생산에서 유통, 소비까지 걸리는 과정이나 시간이 건강할 수밖에 없는 식자재다. 이처럼 우리 땅에서 생산된 작물은 우리 몸에 도움을 주는데, 문제는 수입산이다. 무조건 수입산이 나쁘다고 폄하 하자는 게 아니라 요즘 모든 식자재들의 원자재 표기를 보면 중국산을 비롯한 제3국의 표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료의 매입가격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국내에서 구입이 어려워서일까. 밀가루가 수입에 의존하여 생산기반을 잃었다가 다시 찾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듯이 다른 식자재도 국내 생산의 기반이 무너지면 복구하는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었다.

종자 개발이나 신품종의 개발로 생산효과를 높이기도 좋고 쌀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 시대도 아니니 농업인에 대한 우대정책이 소극적인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현재 농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연령대가 60대 이상이다. 농업인이 70대 이상이면 사실상 영농이 어렵고 이를 이어갈만한 미래 세대에 대한 육성이 시급하다.

아무리 과학영농이라 해도 사람이 할 일은 따로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이러한 대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일부 귀농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농사일은 영화나 동화속 묘사처럼 전원풍경이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환상처럼 지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렵사리 도전했다가도 절반 이상이 포기하고 다시 도심으로 복귀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귀농은 먼저 귀농한 사람들의 경험담으로 실패 요인을 찾아내고 주변인들과 충분히 의논한 후 자신의 소질에 맞는 작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랬더라도 어디서 어떤 이웃들과 지내야할지 여러번 재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몇 군데를 비교해 본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농림 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 종합센터 같은 곳에서 자세한 상담을 거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스마트팜, 과학영농 등 농업에도 많은 비젼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론과 현실은 매우 다른 것임도 참고해야 한다.

향후 미래 세대들에게 농업의 기반을 제대로 물려주려면 말이 아니라 기술을 기록, 보존, 유지, 개발하여 보다 나은 우량품종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입에만 의존하다 우리 밥상을 우리 손으로 지켜내지 못하고 외국인들 손에 의존한다면, 그래서 점차 수입가격이 올라가거나 품질이 떨어져도 짹소리 못하고 사먹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면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일까.

그러기에 다 내줘도 밥상은 지켜야 한다. 최근 정부가 쌀과 소고기 시장은 지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어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농업인들의 노고가 크다는 점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하는 날이 농업인의 날이다. 황금 들녘에 추수가 끝나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한국인들의 주식은 밥이다. 세월이 좋아 햇반을 언제든 따끈하게 데워 식사를 할 수도 있고 김치마저도 종류별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겨울에는 적은 양이라도 김장김치를 만들어 먹는 풍습을 음식축제로 삼아 가족이 함께 담소를 나누며 재료를 손질하고 정을 쌓아가는 모습들이 지켜져야 한다.

돈으로 김치는 살 수 있지만 정을 살 수는 없다. 밥상의 모든 먹거리는 농부의 손을 거쳤지만 하늘의 햇빛과 비와 공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며 땅의 자양분과 춘하추동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음식을 함부로 버려서도 안 되고 돈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고 자만해서도 안된다.

수저를 들 때 늘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귀한 음식을 먹고 귀한 언행을 하게 될 것이며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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