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은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이었다.
양력 3월 20일 춘분으로 시작해 이듬해 3월 5일 경칩으로 끝나는 24절기는 오랜 세월 선조들이 살며 겪은 경험치가 쌓여 모인것으로, 현대 과학이 예보하는 기상청 예보보다 적중률이 더 높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비가 오기 전에 할머니 허리가 아프다거나 제비가 마당을 낮게 는 것이 더 잘 맞는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상청의 오보율은 높다.
9월 10월 내내 비가오더니 작물들이 잘 자라지 않고 콩밭을 매던 아낙네는 추수할게 없다고 할 만큼 힘든 기후가 급변하고 있다. 과일장수도 과일에 단맛이 없다고 하고 장마 아닌 장마를 맞이한 어부들도 한숨을 쉰다. 국민들은 살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고 정치인들은 서로 남 탓을 하며 고성을 지른다.
주변에는 은둔 청년이 56만 명이라 하고 제 방도 치우지 못해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방안에서 말도 안 통하는 애완견을 끌어안고 사는 젊은이가 넘쳐난다.
현장에서는 사람을 못 구하고 한창 기술을 익히고 삶을 개척해야할 터전에는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반장을 도맡아 하고 있다. 평생 다녔던 직장을 퇴직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굽실거리며 이들 밑에서 서툴게 일하다 중대재해법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집에서 가사에 전념하는 주부가 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는가 하면 맛집, 멋집 찾아다니고 온갖 모임은 물론 성형외과에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녀야 뒤처지지 않는 삶이 되는 걸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으니 이런 사고방식을 만들어내는 일부 방송국의 부추김이 문제다.
눈만 뜨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온갖 명분으로 없던 분노를 느끼게 하니 누가 얌전히 가정을 지키며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키울 것인가.
안방에서 부모대신 개를 모시고 눈 뜨면서 감을 때까지 하늘과 숲이나 강 대신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며 길을 걸어도 뒤에 자녀가 따라오는지도 모르고 걸어간다.
물론 전부가 아닌 일부겠지만 일부가 전부되는 날이 다가온다면 억측일까. 문제는 입동을 맞이한 올해 겨울이 매우 추울 것이라는 어림짐작과 기온한파보다 경제 한파가 더더욱 국민들의 삶을 옥죌 것이라는 예측이다. 짐작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지만 몇 가지 환경을 짚어본다면 필자의 예상이 그리 틀리진 않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한 몇 가지만 논해본다. 어릴 적 상, 하수도나 건물의 기초를 파는 작업을 '호리가다'라고 했다. 그리고 건설현장의 외벽을 쌓기 위해 굵은 목재를 가로 세로 얽혀 놓은 것을 현대판 용어로 비계라 하는데 과거에는 아시바라고 했다.
물론 모두 일본어지만 노가다로 불리는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던 경험으로 볼 때 건설현장은 종합건설이나 전문건설업이나 개인 사업자 모두 동절기 사업이 어렵고 장마철도 어렵다. 기초 토목공사부터 인테리어 조경공사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한 공정이라도 중단되면 그 파장은 전 공정으로 확장된다.
그나마 그렇게 일해서 받은 어음은 만기일이 도래하기 전에 할인을 해서 써야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근로자다. 그런데 최근 포스코, 대림에 이어 지난 10월 29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자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며 전국 모든 건설현장 작업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사망한 근로자는 하도급 소속이었지만 중대재해법 방지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조치에 대해 선 조치 한 것이다. 전국의 다른 현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동절기에 들어가기 전 한창 끝물이나 마찬가지다.
일을 해야 돈을 받을 것이고 그 돈으로 집안의 가계는 물론 자재 구입이나 온갖 지출품목이 있을 터인데 경영주가 미리 겁먹고 중단시켜버리니 하도급의 하도급, 그 아래 품떼기 업자나 관련 아웃소싱 인력업체, 함바집, 식자재 납품업체 등 거미줄처럼 얽히고 엮인 사람들의 생계는 어쩌란 말인가.
집에 돈을 갖다 주지 않으면 그 집에 함께 사는 아이들은 어쩔 것이며 가정불화로 죽네 사네 하는 부부들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이러고도 여의도 국회나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여야 간에 정쟁만 끊일 날이 없다. 건설현장은 그렇다 치고 지역 경제의 실핏줄이라 할 수 있는 자영업은 또 어떤가.
필자는 자영업 또한 이러저러한 품목을 두루 섭렵하며 그 고달픔과 어려운 성공비결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가게 주인이 채용한 근로자는 주인과 근로자간의 합의에 의해 험한 일은 돈을 많이 주고 쉬운 일은 적게 주며 노는 만큼 안주고 더한 만큼 더 주는 게 시장경제 논리이자 주종 간에 협의점을 찾는 기준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일하는 시간도 지급해야 하는 품삯도 휴일 날에 대한 지급유무는 물론이고 종합소득세 3.3%를 공제하는 프리랜서로 꾸몄다고 국세청에서는 3.3 검거 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무조건 4대 보험 들어야 하고 주 4.5일제 넘기면 초과근무수당에다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금을 줘야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조차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근로자 중심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머릿수가 많고 표가 될 것 같아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측면일지는 국민 모두가 안다.
근로자들이야 당장에 이익이 되겠지만 고용이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렇게 실업자가 양산되면 정부가 온갖 명분의 수당으로 대체할텐데 그렇게 사료에 길들여진 닭장안의 닭이 될 것인지 방생된 봉황이 될 것인지는 각자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까지 나열한 이유로 올 겨울 날씨도 춥고 지갑도 춥고 살아가는 이유가 희망도 야위어간다면 그래도 필자의 예측이 억측일까. 어쩌다 어렵사리 이뤄놓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대열이 이리도 처참하게 흩어지고 망가지고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게 되었는가.
누가 누굴 탓하랴. 한 번 실정이면 정치인이 잘못한 것이고 두 번 실정이면 그놈이 그놈이고 세 번 실정해도 손을 들어주면 오롯이 유권자의 잘못이다.
